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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방학이 되면 어떻게 방학을 알차게 보낼지 계획표를 만드는 숙제가 꼭 있었지요.
적당한 크기의 접시나 그릇을 찾아 엎어놓고 싸이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크기의 피자조각 안에 야심찬 계획들이 채워졌지요. 공부, 운동, 놀기, 취미, TV시청 시간을 적절히 배치한 후 나머지 공간엔 식사시간, 자유시간과 취침시간이 예쁜 그림과 함께 넓게 펼쳐졌던 기억이 납니다. 알록달록 색칠까지 완성하고 공을 들여 만든 계획표를 보며 왠지 뿌듯하고 이미 계획을 다 이룬 것마냥 행복해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현실은 계획대로 지켜지지 않은 날들이 참 많았지요.

날 향한 하나님의 시간과 계획표가 내 것과 달라 답답하고 낙심하기도 하고 하나님의 때가 더디고 먼 것 같아 참 많이 조급해하고 불안해했어요. 내 인생의 계획표에는 없던 그런 일이 왜 있었는지, 왜 그렇게 아프고 힘든 시간으로 채워졌는지 알 수 없어 눈물로 멈춰있던 때도 있었지요.
믿음의 또 다른 이름이 기다림이라지만 내가 죽지 않고 생으로 버텨내는 건 어려운 일이더라구요.
그 많은 시간을 지나 그런 날 바라보며 묵묵히 기다려주신 하나님 앞에 섭니다. 내가 기다린 것이 아니라 주님이 날 기다려 주셨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나의 어설픈 계획과 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완벽한 하나님의 계획표를 받아들고 말이죠.

나의 감정과 경험, 계획을 하나님의 시간에 맞추는 삶이 믿음이란 걸 다시 가르쳐주십니다.
여전히 두려움이 찾아오지만 하나님의 시간 안에 내 걸음을 두기로 합니다. 하나님의 시간이, 하나님의 계획이 내게 맞고 가장 좋은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온 삶이 하나님의 시간에 맞춰 순종의 걸음을 걸으셨듯이 저도 그분의 속도대로, 시간대로 걷고 싶습니다.

오늘도 나의 시간과 인생의 계획표를 채워가실 그분과 함께 한호흡 숨고르며 한걸음 더 나아갑니다.
지금보다 더 시간이 흘러 하나님의 시간과 계획으로 맞춰진 내 삶의 조각들을 추억하며 깊은 기쁨으로 웃게 하실 테지요.
그리고 이렇게 고백하길 원해요.

과연 날 향한 하나님의 시간과 계획이 옳았고 아름다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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