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정 엄마 생신을 축하드리러 다녀왔다.
어느새 84세가 되신 울 엄마, 지금껏 지켜주신 감사와 더불어 복잡한 감정들이 올라왔다.
당연했던 자리에 아쉬움과 죄송함이 자리 잡는다.
팔순이 넘으셔서도 딸네 집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자신의 힘듦보다 딸의 수고를 한숨으로 위로하신 분이다.
등에 짊어진 엄마의 배낭 속에 정체 모를 검정 비닐들이 들어있다. 다리 품 팔아 저렴하게 사놓은 과일과 채소, 반찬들로 가득하다.
지하철 무료라며 힘들게 오셔서는 엉덩이 한 번 제대로 붙이지 않으시고 급히 가시는 엄마께 왜 이리 죄송한지……
재사용해서 꾸깃꾸깃해진 검정 봉다리 속에 엄마의 사랑이 담겨있었다.
엄마가 하실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을 딸에게 쏟아놓고 가신 엄마의 사랑을 느낀다.
과연 나도 엄마처럼 딸들에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이젠 연로해지신 엄마의 검정 봉다리를 받기 어렵겠지?
내 의도와는 달리 냉장고 안에는 과일, 야채, 반찬, 다양한 가루들로 채워져 복잡해졌다.
그러나 엄마의 사랑으로 그 안을 다시 들여다보니 마음 가득 풍성함이 차오른다.
룻기에서 헤세드(인애, 사랑, 자비, 은혜)는 마땅히 해야 할 의무, 그 이상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굳이 안 해도 되는데 좀 더 섬기고 좀 더 수고하고 애쓰고 손해 보고 받아주는 것이 헤세드 사랑이다.
그렇게 룻기 안에는 헤세드 사랑으로 가득하다.
홀로된 시어머니 나오미를 헤세드한 룻처럼
이방 여인 룻을 헤세드한 보아스처럼
나이 많은 보아스를 헤세드한 룻처럼
인류를 위해 당신의 몸을 내어주심으로 최고의 헤세드 사랑을 주신 예수님처럼
딸을 위해 무거운 배낭 짐을 메고 사랑을 풀어놓고 가신 엄마처럼
누군가의 헌신, 수고로움과 몸사랑으로 누군가는 사랑받고 다시 살아난다.
좀 더 무엇을 섬겨야 할까, 어떻게 헤세드의 사랑을 닮아갈 수 있을까?
내게 주어진 일에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 살피고 섬기는 헤세드를 오늘도 배운다.
헤세드~~~
늦은 가을 예수님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길이다.
사랑합니다💕💕
